저는 08년도 20살 때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.
중간중간 군대를 다녀오고, 학비를 벌기위해 휴학도 병행하느라 졸업은 15년도 2월인 27살에 했지요.
그렇다고 27살에 졸업해서 사회복지사로 바로 취업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.
저는 재학 중이던 14년 여름, 사회복지 현장실습으로 한 장애인복지관을 가게 되었는데, 그때 현장의 실무자들로부터 받은 인상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.
제가 실습을 간 곳의 일부 젊은 직원들은 전공분야의 지식이나 직업에 대한 소명감도 없을 뿐더러, 실습생들에게 다른 길을 찾으라는 둥 해서는 안될 말도 하곤 했습니다.
일부 젊은 현장실무자들의 수준낮은 직무태도를 보며 저에게 현장실습은 우리나라 사회복지기관의 현 수준과 실태를 어느정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었고,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가 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죠.
그래서 저는 졸업 때까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절벽으로 내몰리다시피 한 중소기업으로 취업하게 됩니다.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생산스케줄을 조율하는 일이었는데 4년간 공부했던 사회복지 분야와는 전혀 다른 일이었죠. 이 중소기업에서 제가 1년 못미치게 일하면서 받은 느낌은, 저는 그저 회사에서 볼 때 하나의 바둑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. 다시 말해, 일을 해도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. 그동안 학비를 대주신 부모님께도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구요. 이후, 공무원 공부도 어정쩡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가 낙방도 했습니다.
이러저리 방황하다가 저도 29살인 작년 여름, 한 장애인복지관에 취업하여 첫 사회복지현장에서 근무 중입니다.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, 현장실습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지레 단정부터 짓지 않았나 싶습니다. 이 현장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을 하고, 보람되는 일이며, 매일매일 배울 점들이 많은 동료가 넘치는 현장이었습니다. 실습생들이 찾아오는 방학이 되면, 저 또한 근무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좋은 사회복지사 선배로써의 모습을 보여주기위해, 그리고 저의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더 애씁니다.
얼마 전 전지적참견시점에서 이영자씨의 '토끼와 거북이'이야기를 빌려 이야기를 드리고 싶네요. 토끼가 거북이에게 달리기시합을 하자고 했을 때 거북이가 왜 시합에 응했을까요? 거북이는 토끼가 자신보다 빠른 걸 당연히 알고 있었을텐데...
생각해보면 거북이 스스로에게는 빠른 시간안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의미가 없던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. 토끼가 자신보다 앞서나가더라도 거북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꾸준히 갔죠.
후배님이 가진 고민이 그러할 듯 합니다. 어느 일을 선택하든지 후배님보다 분명 앞서가고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있습니다. 다만 후배님은 후배님의 길을 묵묵히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.